20180120 이탈리아 - 파엔자: 파엔자 국제 도자 박물관
라벤나 관람을 마치고 밀레나와 파엔자로 오게되었다.
이번 포스팅은 특별한 곳을 소개하게 되었는데 바로 도자기의 도시인 파엔자이다.
여행블로거 입장에서 파엔자같은 멋진 도시를 소개하게 되어 한없는 영광이다.
부디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고 이 포스팅을 보고 파엔자에 가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또한 우연히 파엔자에 관심이 생겨서 방문할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국엔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 파엔자... 하지만 문화적으로 아주 중요한 도시이다.
바로 마욜리카라고 불리는 파엔자의 전통 도자기가 유럽의 도자기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Majolica, Faiance, Faience등 많은 이름으로 알려진 파엔자 도자기는 18세기에 그 정점에 이르게 된다.
불투명한 산화주석물에 유약을 바른 파엔자 도자기는 동물, 식물 그림부터 귀족 가문들의 문장,
기하학적인 무늬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고급도자기로 생산된 파엔자 도자기는 점토위에 흰색, 노란색 법랑을 층층이 코팅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보급형 도자기는 붉은색 찰흙위에 투명한 유약을 발랐다고 한다.
유럽을 호령하던 파엔자 도자기도 침체기에 들어가게되는데 19세기 중반에 많은 도자기 공방들이
문을 닫게 되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비단 파엔자 뿐만은 아니고 피렌체도 저가 도자기에 대한 수요증가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파엔자 도자기는 19세기 초반에 다시 반등하게 되는데 국제 도자기 미술관의 설립과 더불어 도자기 교육기관들이
설립되면서 지금은 다시 유럽의 도자기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8년에 처음 열린 이후로 2년에 한번씩(짝수해) 파엔자에선 가을마다
도자기 축제(포스터와 같이 '아르질라'가 그 명칭이다)가 열리는데 유럽전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한국의 도예가들도 매회 참가중이다.
나도 너무 가고 싶지만 직장인이라면 9월에 시간을 내기가 너무 어렵다.
더구나 시기적으로 여름휴가와 추석연휴 중간에 있으므로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언젠간 꼭 가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원랜 2020년에 축제가 열려야 맞지만 정말 아쉽게도 올해의 아르질라 도자기 축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내년으로 연기되었다고 한다.
밀레나도 기대를 많이 했을텐데 너무 안타깝다 :((
파엔자의 중심인 피아자 델 포폴로 광장에 오게 되었다.
파엔자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만한 곳이다.
오래 전에 밀레나를 알게됐을때 자신이 사는 곳이라고 보여줬던 그 풍경이다.
사진의 건물은 중세시대에 건축된 팔라초 델 포데스타라는 곳으로 12세기 중반에 완성된 이후 18세기에 개축되고
20세기초에 복원작업을 거친 건축물이다.
14세기~15세기엔 파엔자의 통치자였던 만프레디 가문의 궁전으로 쓰이기도 했다.
파엔자가 역사에서 유의미하게 등장하는 시점은 2차 포에니 전쟁(기원전 218년)때로
로마측에서 카르타고를 상대로 싸우면서 '친근한 도시' '우호적인 도시'라는 뜻의 라틴어 'Faventia'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로마가 파엔자를 얼마나 신뢰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 후 파엔자는 동로마 제국의 이탈리아 총독부, 신성로마제국, 만프레디가문, 베네치아 공화국, 교황령,
이탈리아 왕국 순으로 통치자가 바뀌었다.
1502년에는 체자레 보르자의 초청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파엔자로 와서 도시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그 계획은 도시 지하에 여러 터널을 만들어서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었다는데 실제로 실행됐는지는 알 수 없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자체가 미스테리로 둘러쌓인 인물이기도 하고 말이다😅
파엔자에서 느낀점 중에 하나가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는 것이었다.
물론 평균적으로 이탈리아 사람들 얼굴이 한국사람들보다 밝지만 파엔자가 특히
사람들의 미소가 좋았던 것 같다.
그나저나 이곳의 사진을 밀레나가 메신저로 보내줬을때 그렇게 부러웠는데 내가 와보게 되었구나 ㅋㅋ
이 곳은 1515년에 완공된 파엔자 대성당이다.
네오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졌는데 갠적으로 고딕 스타일보다 비잔틴 양식이나 이런 건축양식의 성당을 좋아한다.
고딕양식의 성당들은 너무 무거운것 같기도하고 이런 건물들이 좀 더 하느님의 집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 성당들은 프랑스 건축양식의 영향이 강해서 이탈리아식 성당은 찾아보기 힘든데
약현성당의 부속건물인 서소문 순교자 기념관이 이와 흡사한 르네상스 양식의 외관으로 건축되었다.
(이해를 돕기위해 밑에 사진을 첨부해봤다.)
볼로냐 포스팅을 본 독자들은 눈치챘겠지만 정면부분이 산 페트로니오 성당과 흡사하다.
이 성당도 전면부가 미완성이다. 그렇지만 그 모습 그대로 파엔자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이와 같은 미완성 성당들이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지금 있는 성당은 3번째 지어진 대성당이고 2번째 대성당이 있던 자리에 다시 지은 것이다.
내가 파엔자 대성당에 간적이 2번인데 전부 미사가 진행중이었다.
그래서인지 파엔자 대성당은 관광코스로 들러야하는 곳이라는 느낌보다는 정말 미사중심의
신앙생활을 위한 성당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밀레나가 자신의 세라믹 샵 [Arte 49]를 구경시켜 주었다.
이 당시 여기로 샵이 이사를 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인데 위치도 포폴로 광장 근처라
접근성이 좋아 찾기도 너무 쉽다.
위치는 구글맵에 등록되어 있어서 찾는데 어려움이 없을 듯 하다.
도자기의 도시 파엔자를 찾아온 분들이라면 Arte 49도 꼭 들르시길 추천하고 싶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밀레나가 엄청 환영해줄 것이다 :)
Arte 49에선 자기제품부터 인테리어 장식품, 악세사리, 각종 공예품 등을 직접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었다.
도자기로 유명한 파엔자를 여행하면서 그냥 아무것도 안사고 빈손으로 돌아가는건 더 없이 아쉬운 일일 것이다.
Arte 49은 파엔자에서 디자인해서 제작된 작품들을 판매하는 진짜 파엔자 세라믹샵이다.
문 바로 왼쪽엔 밀레나의 도자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마음에 드는 도자기가 있어 구입을 했다.
사실 전부 마음에 들었지만 짐의 한계로 그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을 샀다.
1788년에 지어진 극장으로 이전엔 목조극장이 있었지만 허물고 다시 지었다고 한다.
19세기 이탈리아의 유명 테너였던 안젤로 마시니의 이름을 추가하게 되었다.
외부는 깔끔한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내부는 아주 화려하다.
여긴 로마냐 은행 건물이다.
로마냐라는 이름은 로마인들의 땅이라는 뜻으로 라벤나에 동로마제국의 이탈리아 총독부가
생기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파엔자의 입지조건은 참 좋은데 동쪽으론 라벤나 클라세 항구가 이어져있고 남서쪽으론
투스카니 지역과 이어져 있어 문화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밀레나가 나중에 포를리로 돌아갈 기차표를 미리 사놓는게 좋겠다고 해서 역에 잠깐 와서
표를 구매했다.
승차할때 펀칭하는걸 잊지말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여기도 나중에 몇번방문했는데 들를때마다 너무나도 정겹게 느껴진다.
파엔자 세계 도자 미술관으로 정말 엄청난 콜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시간이 많지않아 밀레나가 중요한 콜렉션들 위주로 속성으로 가이드 해주었는데
언젠가 시간을 충분히 내서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파엔자 세계 도자 미술관은 고대 그리스 시대 엠포라부터 고대 로마시대, 고대 이집트, 이란, 소아시아,
아시아 지역까지 세계 각지의 도자 작품들을 총망라하는 세계적인 도예 관련 미술관이다.
오사카 아시아 도자 미술관이 동아시아의 도자기를 집대성한 곳이라면 이 쪽은 범로마세계, 중동지역의
도자기를 폭넓게 소장하고 있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이 곳의 설립연도는 1908년으로 무려 100년이 넘었는데 이탈리아는 세계에서 미술관이
가장 먼저 생겨난 곳이기도 하다.
2차대전때 공습으로 미술관 건물은 심각한 피해를 입었지만 몇년 후 초대 미술관장인
가에타노 발라르디니(Gaetano Ballardini)의 노력으로 1949년 다시 문을 열게 된다.
또한 파블로 피카소, 페르낭 레제, 앙리 마티스, 마르크 샤갈등의 전설적인 예술가들이 이에 호응하여 미술관에 중요한 작품들을 기증하게 된다.
현재 4만점의 콜렉션을 소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게 숫자라서 독자분들은 잘 와닿지 않으시겠지만
오사카 동양 도자 미술관의 소장품을 다 모아봐야 5000점 정도인데 4만점이라는 숫자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파엔자 세계 도자기 미술관 건물은 원래는 수녀원으로 사용되었다고한다.
그래서인지 이 도자기는 이 건물이 수녀원이던 시절에 대한 오마쥬처럼 느껴졌다.
콜렉션도 콜렉션이지만 단순히 부를 통해 세계 각지의 도자기들을 수집한것이 아니라
파엔자 스스로의 예술적 역량이 바탕이 된 콜렉션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다른 박물관과 비교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기하학적인 무늬가 너무 아름답다.
로마에서 생산된 마욜리카 도자기인데 채색이 정말 아름다웠다.
16세기에 유행한 도자기로 결혼식에서 선물로 쓰인 접시라고 한다.
악수를 하는 손위에 있는 'Fede'는 믿음을 뜻한다.
마욜리카 도자기의 매력을 확인시켜주는 작품으로 깊게 채색된 코발트색과 주황색 컬러의
조화가 너무 아름답다.
중세유럽에서 자주 쓰이는 백합문장이 그려진 도자기가 보였다.
백합은 왕권, 삼위일체, 성모마리아, 교황 등의 의미로 해석된다.
중앙의 문장에 있는 성채는 흡사 중세에 파엔자를 둘러싸고 있던 성채의 망루와
비슷해 보였다.
박물관 전시실 코너선정과 동선이 잘 짜여져 있었다.
제일 관람하기 쉬운건 큐슈 국립박물관같은 파놉티콘 스타일이지만 ㅋㅋ
14세기에 파엔자에서 제작된 도자기이다.
미술관엔 한국관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도자기가 많진 않았지만 너무 자랑스러웠다.
특히나 분청사기는 외국의 도자기 애호가들이 꼭 봤으면 했는데 몇 안되는 전시품중에
포함되어 있어 정말 다행이다.
개인적인 욕심같아서는 그냥 하얀색 백자 달항아리가 전시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러다간 한국에 있는 박물관 하나를 통째로 옮기지않고선 만족을 못할것 같아
그만하기로 했다 ㅎㅎ
파엔자 도자기의 진가는 경쾌한 색감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파엔자 국제 도자 미술관을 나와서 밀레나는 일을 하러갔고 나머진 나 혼자서
슬슬 돌아다니면서 파엔자를 구경하기로 했다.
박물관을 다 보고 다시 피아자 델 포포로에 왔는데 파엔자 두오모 앞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파엔자 두오모 계단은 넉넉해서 지나가다 앉아도 아주 편안하다.
이탈리아에서 격리가 해제되었다고 들었는데 이런 활기를 되찾았겠지?
다시 좋은 날이 와서 파엔자의 골목골목을 돌아다니고 싶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지만 위엔 파엔자 도시 깃발과 이탈리아 국기가 걸려있다.
파엔자는 전체적으로 르네상스시대의 느낌이 주가되는데 이쪽은 중세의 느낌이 더 강했다.
파엔자는 은은한 조명이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데 있어서 그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파엔자의 산 프란체스코 성당으로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다.
1774년에 지어진 성당으로 지하에 로마시대 토굴이 남아있는 곳이다.
진짜 로마는 어디에 있다? 정답: 지하 ㅎㅎ
밀레나가 준 파엔자 지도 덕분에 길을 잃지 않고 여행을 잘 할수 있었다.
갠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진들 중 하나이다.
다시 숙소인 포를리로 돌아가기위해 파엔자역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기차엔 피곤에 찌들어보이는 현지인들이 있었다.
어딜가나 생활인은 똑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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