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유랑

결국 몇일간 컨디션이 안좋더니 몸살이 오고야 말았다.

아무래도 그리스 입국 첫날에 새벽에 돌아다닌게 탈이 난 것 같다.

몸에 열이 나고 기운이 빠져서 오전 시간은 제끼고 누워서 잠을 잤다.

오후엔 상태가 좀 나아져서 밖으로 나왔다.

비올레타가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서 가이드를 해줬다.

 

 

이 요새는 14세기에 동로마 제국에 의해 지어졌다.

20세기 초만해도 보존상태가 양호했는데 이렇게 된 이유는 오스만 제국, 불가리아,

그리고 그리스 공화국 모두 책임이 있다고 한다.

 

십수년 전만해도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었는데 몇년전에 보수공사를 마친 상태라고 한다.

 

 

 

20세기초 비잔틴 성벽의 모습이다.

망루의 모습이 콘스탄티노플의 테오도시우스 성벽을 떠올리게 한다.

 

 

Λέσχη Κομοτηναίων

 

이 곳은 코모티니에서 유명한 카페로 오래된 신고전주의 건물을 복원했다고 한다.

내부도 아주 고풍스럽다.

 

 

 

트라키아 출신 그리스인 거상이었던 Nestor Tsanaklis가 후원하여 1907년에 설립된 학교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데모크리토스의 흉상이 있었다.

 

코모티니는 지역대학이 있기 때문에 교육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거리를 지나다닐 때에도 대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도시가 젊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래된 담배창고라고 한다.

한때 코모티니는 담배관련산업으로 번성한 도시였다고 한다.

무리하지 않기로 해서 여기까지 보고 숙소로 들어가서 쉬었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몸살기운에서 회복되서 일찌감치 숙소에서 나왔다.

이 곳은 코모티니 번화가로 새벽에 이 곳에서 버스가 하차한 곳이다.

그땐 새벽 6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은근히 가게에서 삼삼오오 모여있었는데

깜깜해서 아무도 없는 풍경보다 오히려 안심이 되고 좋았던 것 같다.

결정적으로 위험해보이거나 시비거는 사람도 없었고 그래서 너무 편안했다.

 

 

 

저 앞엔 그리스의 유명 카페 프랜차이즈인 '커피 아일랜드'가 보인다.

그리스에 갈때마다 꼭 들리는...

그리스 사람들은 더 좋은 곳을 많이 알고 있겠지만 나같은 사람은 일단 유명 프랜차이즈를

알아두면 어느정도의 맛은 충분히 보장된다.

유럽의 소도시들은 문을 일찍 닫는 가게들이 많은데 이 곳 코모티니는 새벽까지도 문을 여는 곳들이

많아 심심하지 않을 것이다.

 

 

 

외국에 나와보면 다양한 업종의 가게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는 임대료가 비싸지면서 최소 150~200만원의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면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어렸을때 동네에 있었던 NBA카드를 팔던 가게가 생각난다.

 

 

 

서부 트라키아 지역은 흔히 산토리니로 대표되는 우리가 아는 풍광좋고 따뜻한 그리스와는

거리가 있다. 겨울날씨는 한국과 비슷할 정도다.

 

 

Eski Mosque

 

1608년에 건축된 Eski Mosque라는 곳으로 '옛 사원'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도시에 있는 Yeni Mosque(새 사원)보다 이후에 건축되었는데 저런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이 전에 존재했던 사원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Yeni Mosque라는 이름은 마치 정교회의 수많은 Ἁγία Σοφία(아야 소피아)처럼

아나톨리아에서 흔하게 사원에 붙는 이름이다.

 

1910년 불가리아 인들은 사원을 성당으로 바꾸고 미나렛을 파괴했다고 한다.

현존하는 미나렛은 이후에 재건된 것이다.

 

왜 그리스가 오스만 제국에 의해 통치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나톨리아에 있는

쉴레이마니에 자미나 술탄아흐멧 자미 같은 거대한 사원이 없는 걸까?

혹시 있었다가 파괴되었는지 조사해봤지만 그런 사원은 검색되지 않았다.

이유는 오스만 제국이 통치하던 지역 중에 그리스 지역은 상대적으로 가난했기 때문이다.

 

코모티니에 사는 무슬림들에 대한 대우는 어떠냐고?

그리스의 무슬림 커뮤니티들은 자유롭게 정체성을 지키고 있다.

그리스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와는 상관없이 이 곳은 유럽이고 다른 문화권에 비하면

소수자가 법적으로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다만 그리스에서 무슬림들을 공식적으로 '터키인'으로 분류하는 것은 꺼리고 있다.

무슬림들이 전부 터키인들은 아니거니와 이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

 

 

 

 

Θρακικό Ωδείο Κομοτηνής

 

이 곳은 트라키아 음악학교로 공연도 자주 열린다고 한다.

 

 

 

그리스 사람들 이미지는 산토리니에 있는 아름다운 단독주택에서만 살 것 같은 이미지인데

도시에서 사는 그리스 사람들은 아파트나 연립주택에 많이 산다.

왜냐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있고 인구는 몰려들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

 

 

Kayali Mosque

 

터키식 이슬람 사원이라 표기는 자미(Camii)라고 하고 싶지만 그리스에서 터키식 사원을

따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현지 정책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모스크로 표기했다.

 

 

 

이런 집들은 어느 나라에나 있어서 내겐 용산의 오래된 집들을 떠올리게 했다.

 

 

 

솔직히 유럽에 대해 전혀 모를때는 유럽하면 다른 나라를 먼저 떠올렸는데 막상 가보고 생각이 바꼈다.

근세시대 넘치던 부로 분칠을 한다고해도 넘을 수 없는 찬란한 문명의 흔적이 그리스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곳 그리스를 포함한 이탈리아, 터키에 매력을 느낀다.

 

 

Selvili Mosque

 

남아있는 첨탑은 사원의 미나렛으로 쓰이던 것이다.

그리스에 남아있는 구 오스만 제국 이슬람 사원들의 첨탑을 보면 하나같이 고깔모양이

제거돼있는데 이게 어떤 원칙인지 궁금하다.

90년대에 한국이 구 조선총독부 건물의 첨탑을 제거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스가 독립하고 수백개의 이슬람 사원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뿌리깊은 미움에서 그랬을 것이지만...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만 해도 패전한 일본인들이 돌아가고 나서 분노한 백성들이 일본신사나 절들에

대신 화풀이를 하지 않았는가?

 

그리스인들이 알아서 할일이지만 내 개인적인 바램으론 철거하는 것보단 보존해서

다른 용도로 썼으면 좋겠다.

 

 

 

비잔틴 성벽은 군데군데 끊겨있는데 원래 있었던 면적의 60%정도만 남아있다고 한다.

 

 

 

 

 

이 성당은 뭔가 동아시아 전통건물 느낌이 났다.

 

 

 

작은 예배당이 있는 종탑이었다.

 

 

 

지난번 저녁에 찾았던 올드 마켓이다.

 

 

Tabakhane Mosque

 

코모티니에 있는 모스크만 10개가 넘는다.

 

 

 

그러고보니 이번 여행에서 로마자를 쓰지 않는 나라는 그리스가 처음이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영웅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기념물이라고 한다.

1967년에 건립되었다.

기념물에 장식된 검의 길이는 코모티니의 해발 높이와 일치한다고 한다.

 

 

Καθεδρικός Ναός Ευαγγελισμός της Θεοτόκου

 

성모희보 대성당이다.

산씨에 있는 아야 소피아 대성당과 디자인이 흡사하다.

첫날 도착하자마자 새벽에 여기서 시간을 좀 때웠는데 벤치에 앉아있다가 얼어죽을 뻔한 곳이

이 곳이다.

현대에 지어진 건축물이지만 정교회의 위대한 전통에 따라 지어진 성당이다.

 

이탈리아 사람에게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성당이 뭐냐고 물어보면 성베드로 대성전이나

라테라노 성당을 이야기 할 것이고 프랑스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노틀담 대성당을 이야기 할것이다.

그리스인에게 물어보면 재미있는 특징이 있는데 그리스를 대표하는 성당이 어디인지에 대해

물어보면 다 다른 대답을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그리스 밖에 있는 곳을 이야기하기도 한다.(예: 하기아 소피아)

즉 지역을 대표하는 성당은 있어도 그리스 전체를 대표하는 성당은 없다.

대신 그리스의 많은 성당들이 하기아 소피아와 전성기 비잔틴 성당들이 가졌을 화려함을

재현하는 쪽으로 발전했다.

 

사실 가수들의 베스트앨범이 의도적으로 히트곡이 한두개씩 빠져있듯이 비잔틴 문화도

한군데만 가서는 전부 이해할 수 없다.

초기 비잔틴 문화를 보기 위해서는 이탈리아의 라벤나를 가야되고

콘스탄티노플의 흔적을 보기 위해서는 터키의 이스탄불로 가야되고

전례와 온전한 형태로의 복원을 보기 위해선 그리스로 가야한다.

따지자면야 시리아에도 있고 불가리아에도 있겠지만 대략적으론 세 지역의 문화유산을

둘러보면 비잔틴 퍼즐이 맞춰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Καθεδρικός Ναός Ευαγγελισμός της Θεοτόκου

 

성당의 입구에 Deesis 모자이크가 장식되어 있었다.

현대에 지어진 정교회 성당들은 이처럼 입구에 모자이크가 장식된 경우가 많고

성당내부는 주로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

 

 

Καθεδρικός Ναός Ευαγγελισμός της Θεοτόκου

 

성모님

 

 

Καθεδρικός Ναός Ευαγγελισμός της Θεοτόκου

 

세례 요한

 

 

Καθεδρικός Ναός Ευαγγελισμός της Θεοτόκου

 

성당내부는 외부에서와 같이 비잔틴 스타일이었다.

양쪽의 측랑과 후진, 돔구조까지 완벽한 비잔틴 스타일이다.

비록 현대에 지어진 성당이지만 이 완벽한 디자인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Καθεδρικός Ναός Ευαγγελισμός της Θεοτόκου

 

성당의 바닥은 천국의 완전성에 대응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고급 대리석이나 목재로 바닥을 장식한다.

이런 특징은 보편교회와 정통교회 두 군데서 모두 발견된다.

 

 

Καθεδρικός Ναός Ευαγγελισμός της Θεοτόκου

 

사진의 원형 샹들리에는 정교회에서 '호로스(Horos)'라고 불린다.

정교회에서 흔들리는 호로스는 신자들과 함께 기뻐하는 천사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Καθεδρικός Ναός Ευαγγελισμός της Θεοτόκου

 

정교회의 특징은 첨탑대신 돔을 건축한다는 것이다.

원랜 정교회와 가톨릭 둘 다 돔형태를 갖추고 있을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주로 정교회 건축의

특징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Καθεδρικός Ναός Ευαγγελισμός της Θεοτόκου

 

그리스인들에게는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도시에 하나씩은 볼 수 있는 큰 성당 정도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온전한 판토크라토르 성화를 보고 경외심을 느꼈다.

내 존재는 한없이 작은 존재로 느껴졌다.

 

 

Καθεδρικός Ναός Ευαγγελισμός της Θεοτόκου

 

대성당앞에 작은 예배당이 있었다.

 

 

 

간혹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라는데 지나가다 찍어봤다.

 

 

 

1884년 오스만제국 술탄 압뒬 하미트 시대에 지어진 시계탑이다.

신고전주의 작품으로 오스만 제국 근대화 시기에 지어졌다.

 

 

Yeni Mosque

 

새로운 사원이라는 뜻의 Yeni Mosque로 1600년을 전후해서 건축되었다.

코모티니에 위치한 모스크 중에선 가장 오스만 제국의 느낌이 난다.

사원의 내부는 아나톨리아 이즈닉에서 제작된 타일들로 장식되었다.

 

무슬림 이야길 더 해볼까 한다.

 

그리스와 터키간 인구교환때 그리스 땅에서 터키 땅으로 이동한 무슬림들은

터키인뿐만 아니고 그리스인 무슬림도 포함되었다.

사실 모호함 투성이었던 오스만 제국 시대에 사람들은 수많은 아이덴티티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스어를 하는 터키인 무슬림, 터키어를 하는 그리스 정교회교도, 극히 소수였지만

그리스어를 하는 터키인 정교도 까지...

이들 모두 역사의 피해자들이고 자신들의 존재 그대로 양국가에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슬람을 믿는 그리스인 무슬림들이 터키와 그리스 중에 어느 편에 써서 싸웠을지를

생각하면 이 시대를 간단히 판단할 수 없게 만든다.

 

 

 

혼자 돌아다니다가 출출해서 사람들이 몰리는 식당에 들어가서 기로스를 주문했는데

다 그리스어로 되있어서 내가 이해를 잘 못하니까 점원분이 영어로 설명을 해줬다.

그리스도 참 친절한 나라다....

 

 

 

첫날에 갔던 카페에 다시 가서 그리스 커피를 즐겼다.

여긴 가게 규모도 아담한데 동네 아재들이 들르는 정겨운 곳이다.

 

 

 

번화가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니 많은 빈집들이 보였다.

도시의 분위기는 우중충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보이는 아름다운 날씨가

이 곳이 그리스임을 일깨워 준다.

 

 

 

이 곳은 버려진 집들이 꽤 눈에 띄었는데 이런 집을 고쳐서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현실적으론 말도 안되는 망상이지만...

 

 

 

이 집은 아마 철거할 것 같아 보인다.

 

 

 

다소 관리가 잘 안돼보였지만 아름다운 집이다.

 

 

 

불가리아도 이 곳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는데 비잔틴 유적이 어느정도 남아있다고 한다.

나중에 터키에 갔을때 불가리아도 가보려고 했지만 다시 지옥의 버스여행이 될 것 같아

그냥 비행기타고 아테네에 박물관 투어를 하러 갔었다.

 

 

 

 

 

비올레타와 Sultan Tepe라는 터키 음식점에서 케밥을 먹었는데 터키에서 먹던거랑

별로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 가격은 당연히 터키보다 비쌌다.

 

 

 

요거트 먹어봤는데 우리나라랑 달리 단맛이 적었다.

 

 

 

그리스에 왔으니 그리스 맥주를 샀다.

알파라는 이름의 밀맥주인데 부드럽고 맛있었다.

맥주로는 그리스가 아시아에선 유명하지 않아서 몰랐는데 맥주도 잘 만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