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유랑

 

 

하기아 소피아를 나온 자난과 나는 에미노누로 향했다.

나오는 와중에 테오도시우스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오늘의 마지막 방문지는 이집션 바자르였다.

 

Köfte

이건 낮에 먹은 쾨프테인데 뒤늦게 올린다.

정말 맛있고 우리 한국사람 입맛에도 잘 맞는다.

요거트의 일종인 아이란은 어느 음식에도 잘 어울린다.

 

 

이집션 바자르에선 로쿰이 수도 없이 많이 있었다.

손으로 한줌 분량도 한국에서 만원이 넘는다.

 

터키쉬 커피 원두를 즉석에서 로스팅하는 곳에서 커피를 구입했다.

 

자난은 저녁시간이 되서 집으로 갔고 나는 예약한 호스텔로 갔다.

 

Seatanbul 호스텔이란 곳에서 숙박했는데 여긴 낡긴했는데 별로 지저분하진 않았고

관광객은 나 혼자였고 나머진 인근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터키 현지인이랑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있었다.

그냥 가정집 느낌이었다.

 

한가지 불편했던 점은 호스텔 자체룰로 인해 방안에선 술을 마실 수 없고 베란다에서 술을 먹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라는데 과거 제2의 로마였던 이스탄불이니 이스탄불 법을 따르라고하면 따라야 하는 것이다.

나중에 결국 베란다에서 떨면서 맥주를 먹었다.

그래도 맥주마시는 것에 대해서 안좋게 보진 않았던 것 같다.

그 맥주도 사실 호스텔에서 하는 작은 상점에서 산것이니 말이다 하하!!!

 

사실 술탄아흐멧 지구는 숙박을 하기에 좋지 않은게 너무 안쪽이다 보니까 다른 구역으로 가기에 불편하고

만약 출퇴근시간에 공항으로 간다면 배낭이나 캐리어를 들고 타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개인적으론 좀 시끄러워도 탁심광장 근처가 좋은 것 같다.

 

Hagia Sophia

밤의 하기아 소피아는 다른 표정을 보여줬다.

이건 내 버릇인데 밤에 보는 역사건축물을 보면 꼭 역사인물들이 밤에만 살아나서 안에서 활동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밤에 오사카성을 방문했을때도 불이 켜진 천수각을 보면 도요토미 히데요리가 안에서 오사카 여름의 진 공격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을 것같은 공상에 빠졌다.

 

하기아 소피아를 카메라에 담기위해 사진을 찍는데 남자 둘이 오더니 사진을 찍어달라고해서 찍어줬다.

그리고 자기들은 두바이에서 여행왔는데 두바이에 있는 기아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랑 한잔하지 않겠냐고 했는데 전형적인 사기수법이다.

여기서 그래 한잔하러 가자고 둘이 가자는 곳으로 간다면 룸살롱같은 술집에서 100만원 이상을 내게 될 것이다.

그래서 터키어로 'Istemiyorum(싫다)'고 대답했더니 둘이 어리둥절하는 반응을 보였고 뒤도 안돌아보고 다른 포인트로 이동했다.

나중에 검색으로 알아본 바에 의하면 두바이에 기아차 공장은 없었다.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는게 터키인 중에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탈리아나 다른 남유럽 사람들을 사칭하는 경향이 있는데 시리아인이라면 그 보다 잘사는 아랍국가를 사칭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몇 분뒤 또 다른 남자 한 명이 와서 어디서 왔냐고 하면서 자기랑 한잔하자고해서

나 지금 사진찍느라 바쁘다고 했다.

서유럽의 팔찌 사기꾼이나 집시들은 그냥 대놓고 나 사기꾼이요 도둑놈이요하고 다 써져있어서

그냥 무시하면 되는데 이 자식들은 자꾸 뭔가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것같아서 구질구질하고 짜증이 났다.

웃긴게 이날 총 3명이 나한테 접근했는데 이 모든게 첫 10분동안에 벌어졌다.

10분간 술탄아흐멧 광장의 사기꾼들이 내가 호구인지 아닌지 나를 시험한 것이다.

그 이후로는 대체로 평온했다.

 

Hippodrome of Constantinople

 

술탄 아흐멧 광장은 원래 콘스탄티노플의 전차경기장이 있던 장소이다.

동로마 제국 시절 니카 폭동의 근원지이기도 했던 곳이다.

4차 십자군의 공격때 전차경기장은 파괴되었다.

 

Obelisk of Theodosius

 

원래 이집트 카르나크 신전에 있던 오벨리스크로 기원전 1475년 전에 제작되었다.

서기 390년에 콘스탄티우스 2세가 이 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상단엔 이집트 상형문자, 하단엔 그리스어, 라틴어가 모두 적혀있다.

 

 

지난 포스팅에서 설명한 뱀머리가 원래 붙어있던 기둥이다.

원랜 3개의 뱀 머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보시다시피 기둥만 남아있다.

아폴로의 델포이 신전에 있던 것을 가져온 것이다.

해충으로부터 도시를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Constantine Obelisk

 

콘스탄틴 오벨리스크로 이집트에서 반출해온 것은 아니고 10세기에 콘스탄티누스 7세때 만들어진 것이다.

원래는 겉에 청동으로 덮여있었다고 하는데 4차 십자군의 약탈로 인해 청동이 제거 되었다.

이후 오스만 제국 시대엔 예니체리들의 암벽등반 장소가 되어 추가적으로 훼손이 되었다고 한다.

옛날 그림과 비교해보니 그때 훼손된 부분은 재건이 된 상태이다.

 

Alman Çeşmesi

 

카이저 분수로 독일이 빌헬름 2세의 이스탄불 방문 2주년을 기념하여 1900년에 지은 것이다.

터키와 독일은 오스만 제국 시대부터 보면 나치 독일 기간을 빼면 대부분의 기간동안 우방이었지만 현재는 냉랭해진 상태이다.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의 다리 역할을 할 때 가장 강했는데 속상하게도 이젠 아랍세계의 대장역할을 하려고 한다.

 

 

하기아 소피아 맞은편에 있는 술탄아흐멧 모스크다.

나는 술탄아흐멧 모스크 사진을 처음 봤을때 하기아 소피아랑 헷갈렸다.

그도 그럴것이 하기아 소피아의 영향을 받은 이슬람 사원이기 때문이다.

 

이때 사진을 찍을때 아까 2번째로 접근했던 사기꾼 자식이 와서 너가 뭐가 바쁘냐고 나를 자극했다.

그래서 지금 사진찍고있는거 안보이냐고 응수했다.

그랬더니 화해하는척 연극을 하면서 자꾸 질척대서 무시하고 숙소로 향했다.

사실 터키인 사기꾼들은 평균적으로 별로 집요하지 않은데 아랍인 사기꾼들은 자기 맘대로 안되면

강요하는 느낌도 있고 더 집요한 것 같아서 상대하기 싫다.

 

평화롭게 야경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아주 성가셨던 촬영이었다.

어쨌거나 술탄아흐멧 광장의 야경은 너무 아름답다.

나는 나중에 깨달았다. 직접 술탄아흐멧 광장에서 야경을 만끽하는 것보다 내가 머물렀던 Seatanbul 호스텔 창문에서 보는 술탄아흐멧 사원이 더 평화롭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