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7 그리스 - 알렉산드로폴리스
참으로 오래간만의 포스팅이다.
이 날은 카발라를 갈까하다가 알렉산드로폴리스가 더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후자로 결정을 하게 되었다.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역시 교육의 도시라 그런지 버스를 기다리는 대학생들이 꽤 많았다.
그 곳엔 동양인은 나혼자 있었는데 대학생들이라 그런지 무심한 눈빛보다는 외국인도 포용할 수 있는
우호적인 시선들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 도시들이 외국인들에게 관광으로 유명하진 않지만 지역박물관만해도 콜렉션의 깊이가 대단하다.
한마디로 괜히 그리스가 아니시다.
사실 나에게 돈과 시간이 충분하다면 결정적으로 코로나가 종식된다면 그리스를 자세히 여행하고 싶은
계획이 있다.
버스로 내리자마자 민속박물관으로 향했다.
아쉽게도 민속박물관이 문이 닫혀 있어서 방문하지 못했다.
오래 전에 의과대학 사무실로 쓰였던 건물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그렇겠지만 알렉산드로폴리스의 이름을 들었을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게
알렉산더대왕이었는데 사실은 그리스왕국의 국왕이었던 알렉산드로스 1세의 방문을 기념하여
지어진 명칭이다.
트라키아 민족 박물관으로 문은 여는 날이었지만 내가 갔을땐 10분넘게 문이 닫혀있었는데
나중에 다른 곳으로 갈때 이 곳의 직원인 것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성 니콜라스 대성당 박물관으로 원래는 고등학교였다고 한다.
들어가보진 않았지만 이 곳의 소장품들은 평가가 좋다.
같은 색으로 채색된 건물이 성당 건물과 통일성을 갖게 한다.
성 니콜라스 대성당으로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졌다.
정교회의 성호는 가톨릭과 반대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교회의 성호 긋는 방향을 몰랐고
가톨릭식으로 성호를 긋고 들어갔다.
성당으로 들어서니 천장의 펜던티브 돔이 눈에 들어왔다.
창문을 통해 스며드는 빛으로 인해 돔이 하늘에 떠있는 효과를 의도했다.
성당내부는 그리스 십자가 모양으로 디자인되었으며 비잔틴적인 요소는 다른 정교회 성당과 같다.
작지만 아름다운 영화관이었다.
이 영화관은 원래 담배창고로 문을 열었지만 1927년에 영화관으로 개조되었다고 한다.
2012년에 문을 닫았었지만 리모델링을 거쳐서 다시 운영중이라고 한다.
지금은 사라진 광진구의 동부극장이 생각났다.
과거엔 이런 모습이었다고 한다.
최근에 서울극장이 올 8월을 마지막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서브컬쳐 관련 오프라인 매장이 모두 사라졌지만 지금은 영화같은 대중매체까지
잠식하고 있다.
1년전에 포터블 빔프로젝터를 샀지만 막상 가동시킨건 몇번 되지 않는다.
영화의 감동을 전해주기엔 역부족이고 극장에서 영화를 볼땐 이야기속에 몰입된 느낌이라면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볼땐 그냥 내 방이네 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다가구 주택이다.
그리스 사람에게 이런 다가구 주택이 많은 것에 대해 물어봤는데 그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땅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고대 그리스 신전처럼 건물을 지어대다간 땅이 남아있지 않을걸?
이라는 대답이었다😂
철길이 나있었는데 한적하고 좋았다.
세계 1차대전때 군사 기차역으로 쓰이던 건물이라고 한다.
여기저기 낙서가 있지만 100년이 넘은 건물치고는 보존상태가 아주 좋다.
철도 차량들이 방치되어 있었다.
한때는 지금은 사라진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의 지선이 이 곳 알렉산드로폴리스를 지나갔다.
성 넥타리오스 성당이라는 곳인데 성당 앞 광장에 노인분들이 많이 있었다.
유럽에서 성당은 종교건물이지만 지역 커뮤니티 역할도 담당한다.
사실 그리스라고 노인들이 갈 곳이 많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당에서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시간보내고 이런 풍경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성당에 들어가려는데 신부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리스의 정교회 성당에 갈때마다 이런 친절함을 자주 경험했다.
대학 교양수업에서 알게되었던 단편적인 정보로 접한 정교회가 아닌 내가 스스로
역사를 공부하고 그리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게된 정교회는 차이가 정말 컸다.
천장의 판토크라토르 성화의 예수 그리스도는 감정이 나타나있지 않는데 이는 초월적인 존재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베드로 성인의 이콘이 있었다.
흔히 가톨릭교회는 베드로 성인이 상징이고 정교회는 안드레아 성인이 상징이지만
정교회에서도 흔히 베드로 성인의 이콘을 쉽게 볼 수 있다.
정교회에서는 가톨릭교회가 베드로 성인에게 부여하는 특별한 지위를 인정하진 않지만
초기 사도들중의 한명으로서 그 의미는 가볍지 않다고 한다.
동로마제국과 정교회를 상징하는 쌍독수리이다.
자주색 염료는 한때 황실의 일원들만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코노시스타스가 인상적이었다.
성유물로서의 이콘은 신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관문의 역할을 한다.
라틴 문화권에선 종교 예술이 변화도 많았고 표현이 자유롭다.
하지만 비잔티움 예술은 엄격한 규칙을 통해 정립된 형식만을 표현한다.
가톨릭이 좋든 나쁘든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했다면 정교회는 전통을 고수했다.
그런 역사적인 근거로 나는 정교회가 정통이라고 자부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 편이다.
뭐하는 건물인지 정말 호기심을 자아내는 건물이었다.
버려진 건물같아서 아무도 없을 줄알고 들어가봤다.
폐허 매니아다보니 이런 곳에 오면 항상 그냥 지나치지 않고 구경을 하게 된다.
이 사진을 찍고난 직후 5명정도의 청소년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롬인(흔히 집시라고 불림)들이었는데 적대적인 어조로 알수없는 언어로 이야기했다.
아마 자기들이 살고있는 곳이니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하는것 같았다.
상대는 여러명이니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면 안될것같아서 웃으면서 끄덕끄덕하고
장소를 빠져나왔다.
이 쪽으로 쭉가면 비잔틴 요새 유적이 남아있다고해서 가보려했는데 가는 도중에 들개들이
짖으면서 달려들어서 크게 다칠것같아 다시 왔던길로 돌아왔다.
이때 황급히 길건너편으로 걸어가자 개가 쫓아오려고 했는데 다행히 트럭이 개 앞을
휙 지나가줘서 개도 쫄아서 몇 초를 허비하면서 꽤 멀리 떨어질 수 있었다.
나중에 지도를 확인해보니 걸어서 갈 거리가 아니었고 얼마나 무모한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구글링해서 퍼온 사진인데 이 곳이 원래 가려고 했던 아반타스 성채라는 곳으로
12세기 동로마제국 시대에 지어진 곳이다.
이 깃발은 마케도니아 지역을 상징하는 깃발이다.
깃발에 있는 문양은 베르기나의 태양으로 고대 그리스 마케도니아 왕국을 상징한다.
내가 그리스를 방문했을 당시엔 북마케도니아 공화국(통칭 FYROM)이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를 TV를 통해 볼 수 있었다.
그리스인들은 FYROM이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자신들의 역사가
도둑질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민감하다.
북마케도니아라는 이름으로 타협을 봤다지만 역시 이에 동의하지 않는 그리스인들도 많다.
북마케도니아 공화국이라는 이름도 결국엔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을 도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예를 들면 연해주 지역의 러시아인들이 발해라는 이름의 나라를 건국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나도 그리스 역사를 알기전에는 마케도니아하면 찬란한 역사를 지닌 대제국이 아닌
발칸반도에 붙어있는 소국을 연상했다.
부두에 정박중인 페리선을 볼 수 있었는데 에게해를 내해로 쓰는 그리스답게 수많은 노선을 운행한다.
1880년 프랑스 회사에의해 지어진 등대로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이다.
이 곳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는데 앞에서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있었는데
어디서 왔냐고 물어봐서 한국에서 왔다고하니 알렉산드로폴리스의 주민이라고 했다.
카페에 들어가서 그릭커피를 시켜서 마시는데 웨이터가 나에게 오더니
"저 사람들이 커피를 계산했다." 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웨이터의 손은 아까 카페 입구에서 이야기한 사람들을 가르키고 있었다.
예상치못한 호의에 그들의 테이블로 가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카페 입구에선 짤막하게 이야길 했지만 자세히 그 친구들의 직업이나 사는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다.
좋은 사람들을 알게되어 너무 즐거웠고 이번 여행에서 보석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인스타그램을 교환했는데 꼭 다시 만나게 되길 소망한다.
Odos Basileos Alexandrou(알렉산더왕 거리)는 알렉산드로폴리스 행정의 중심지로 공공건물이
늘어서 있다.
현존하는 건물은 신고전주의 건축물로 2014년에 새로 지어졌다.
색감도 아름답고 요소요소 반영된 그리스의 건축양식이 눈을 기쁘게 한다.
원래 자리에 있던 건축물로 19세기 말에 지어진 건물이다.
새로 지은 건물은 이 건물이 연상되도록 지어졌다고하는데 그전엔 몰랐지만 이 사진을보니
상당히 닮아보인다.
위의 건물이 여러번 개조를 거친 모습이다.
한국에 있는 일본식 건물들을 떠올리게 하는데 아직도 일제시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꽤 많지만
개조를 많이 거친 탓에 원래의 모습을 잃은 경우도 많다.
작은 성당이 보인다.
멀리서봐도 정교회 성당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리스 은행의 알렉산드로폴리스 지점이다.
알렉산드로폴리스 우체국으로 100년이 넘은 건물이다.
갈매기가 사색에 빠진것같이 보인다.
사실은 내가 사색에 빠진 것인가!?
아쉽지만 알렉산드로폴리스 여행은 여기까지 끝을 맺게된다.
다시 버스를 타고 왔던 길을 달려 코모티니로 돌아오게 되었다.
코모티니에서 머물때 이 곳에서 간식거리, 생필품등을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유럽은 대도시에서도 이정도 2층짜리 마트를 찾기도 쉽지 않다.
슈퍼마켓에 올리브유와 기타 식용유만 이렇게 많다.
크레타섬의 올리브유가 가장 품질이 좋다는데 한국에 수입되는 그리스 올리브유는 가격이 아주 비싸다.
글리코사의 포키가 유럽에선 미카도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미카도의 존재를 알게된건 이탈리아인 친구 밀레나에게 빼빼로 사진을 보여줬을때
그거 미카도 아니냐고 했을 때였다ㅋㅋㅋ
코모티니에서 마지막 날을 만끽하기 위해 카페에 들렀다.
그리스 사람들이 트라키아를 여행하는 나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한국에서도 관광으로 유명한 도시가 아닌 곳의 사찰 같은 곳에 외국인들이 방문할 때가
생각보다 많다. 그럴땐 부정적인 인상보다 의아함과 즐거움을 느끼는게 일반적인 반응일 것이다.
가끔 호기심이 많거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어디서 왔냐고 물어볼 것이고 말이다.
그리스는 그런 사람들이 참 많았다.
밤이 되자 조명이 하나둘씩 켜졌다.
새벽에 기진맥진해서 도착했던 코모티니..
그런 코모티니에서의 시간도 저물어 간다.
다음날 일어나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테살로니키에 가는 버스를 타러 터미널로 걸어갔다.
오른쪽에 있는 알파뱅크는 유로가 떨어지면 이 곳 ATM기에서 돈을 뽑아썼다.
알파뱅크를 지나면 오른쪽에 기로스 가게가 하나 있었다.
기로스 가게엔 영국에서 꽤 오래 살았다는 그래서 영어를 아주 잘하는
그리스 청년이 나를 반겨주었는데 나에게 몇마디의 그리스어 문장을 가르쳐주었다.
짧은 여행이지만 이렇게 작은 인연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