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2~0203 그리스 - 코모티니
4시간정도 자다가 일어났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1달간 겨울에 밖에 싸돌아 다니고 무박버스여행도 여러번 했으니 탈이 날만도 했다.
그리스에서의 마지막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야할까 생각이 복잡하다.
근데 이번여행에서 하루도 쉬지않고 달려왔으니 이제 좀 쉬는 것도 좋겠다.
한국사람들보면 여행도 일하는것 처럼 한다고 하지 않나..
사실 일정을 널널하게 잡은게 다행이다.
만약 여기서 스페인 알함브라 궁전이나 이탈리아 콜로세움같이 시간이 정해진
입장권을 예약했다면 어쩔수없이 봐야했기에 힘든 여행이 됐을 것이다.
숙소는 Orpheus Hotel이라는 곳에 묵었다.
간만에 호텔에서 묵게되서 편하게 잘 지냈던 것 같다.
직원들도 내가 들어올 때마다 웃는 얼굴로 반겨주었다.
그리스 친구인 비올레타를 만나 카페로 갔다.
그릭커피 한잔을 마시니 몸이 좀 풀리는 듯했다.
숙소로 가서 다시 잠들었다.
전날에 일찍 잠이 들어서 그런지 이른 시간에 일어났다.
숙소 근처에 있는 카페로 가서 그리스의 명물 프레도 에스프레소를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었다.
사장님이 영어로 어디서 왔냐고 해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동계올림픽이야기를 했다.
나는 외국여행을 오면 굳이 상대방이 물어보지 않아도 항상 내가 한국인임을 어필하는 편이다.
이런 비관광도시에 올때는 로컬주민들이 나를 보면 약간 놀라는 사람도 보인다.
그게 싫어서 보는 시선은 아니고 그야말로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나오는 시선이다.
가게가 마음에 들어서 몇번 방문했는데 2번째 방문할때 카페 사장님이 바로 알아봤다.
하긴 동양인은 여기 나 하나 뿐이니 기억하지 쉽지 하하!
빵도 주문해서 먹어봤는데 괜찮았다.
터키에서 보던 아이란이 여기에서도 있었다.
아이란은 요거트+물+소금의 혼합물이다.
그리스에 있는 정교회는 이처럼 돔부분이 루프타일로 덮혀있었다.
모스크도 비슷하게 루프타일로 덮혀있었는데 터키에 있는 종교건물들은
돔이 매끈하게 금속으로 마감되 있었는데 이 점이 다르다고 하겠다.
독립 이후에 그리스에 지어진 정교회 성당들을 보면 비잔틴 양식을 계승한
성당들이 많이 보인다.
반면에 오스만 제국 시대 이스탄불에 지어진 현존하는 정교회 성당들은
탄지마트 개혁 이전에는 의도적으로 비잔틴적인 특징을 배제하거나
건물사이에 숨어있어서 저게 성당인지도 모르게 생긴 경우도 꽤 있다.
이는 오스만제국의 콘스탄티노플 함락 이후에는 정교회 성당 본당에 돔을 건축하는게
1839년 탄지마트 개혁까지 금지됐었기 때문이다.
개혁 이후에 지어진 정교회 성당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비잔틴적인
특징들이 살아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세한 부분에선 위에서 언급한 대로 돔의 마감이 다르다는
특징들로 인해 두 국가가 다른 국가라는걸 실감할 수 있다.
코모티니는 14세기 동로마 제국 시대에 코무치나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처음 등장하는데
인근에 있던 모시노폴리스에서 이주한 그리스인들로 인해 인구가 늘어났다고 한다.
1361년 오스만 제국에게 함락당한 코무치나는 소아시아에서 많은 터키인들이
이 곳으로 이주하여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외에 포마크인(불가리아 무슬림), 유대인, 롬인(집시)들까지 도시에 살고 있었다.
오스만 제국 시대에 코모우치나는 터키어인 '규뮬지네'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1920년 로잔조약체결 전까지 도시의 무슬림 인구가 정교회 인구보다 많은 도시였다.
인구교환때도 서트라키아 지역의 터키인들은 교환대상에서 면제되었기 때문에 도시에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리스 터키 양국간의 살벌한 분위기 때문에 상당수는 아나톨리아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지금도 코모티니의 무슬림 인구는 도시의 전체인구 중에서 10%정도나 된다.
이스탄불의 그리스인들이 이스탄불 포그롬으로 대거 그리스로 이주한 것에 비하면
조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엔 위의 사진처럼 모스크도 꽤 남아있고(아마도 사라진 모스크도 있겠지만!)
터키 은행인 할크은행지점도 찾아볼 수 있고 터키음식점도 찾기 어렵지 않다.
숙소 근처에 있던 우체국이다.
그리스 공화국이 신생국가임에도 오래된 건물들이 눈에 띈다.
도시가 국가보다 더 나이가 많은 것이다.
서울은 궁궐을 제외하면 전쟁과 재개발로 여러번 갈아엎었기 때문에 오래된 도시라는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동네를 좀 둘러보다가 다시 숙소로 가서 쉬었다.
이틀동안 거의 쉬었기 때문에 한게 별로 없어서 분량이 너무 짧기 때문에
나중에 알게된 코모티니 명소를 소개해볼까 한다.
코모티니에서 약 20분 정도 떨어져있는 곳에 있는 비잔틴(동로마) 시대에 지어진
모시노폴리스 유적으로 일반인들의 입장은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모시노폴리스는 역사에 4세기부터 등장하는데 13세기에 불가리아에게 공격을 받아
멸망하게 된다.
현재 남아있는 유적은 초기 기독교 성당이라고 하는데 유적을 둘러싼 농지아래엔 다른 유적들도
묻혀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 성당유적을 보존하고 홍보하는데 드는 비용이 30억원정도 된다고 한다.
숭례문 복원하는 비용보다 거의 9분의 1 비용이다.
비올레타가 저녁시간에 잠시 시간을 내서 코모니티 중심지역을 구경시켜줬다.
여긴 코모티니의 명소중 하나인 올드마켓이다.
시간이 시간이라 그런지 많은 가게들이 닫혀있었다.
인테리어가 멋있는 바였는데 여기서 우조를 한잔했다.
투명한 우조 원액에 물을 타면 저렇게 우유색깔로 바뀐다.
아직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아서 그런지 술이 센건지 먹으니 졸립고 헤롱헤롱했다.
일단 숙소로 가서 잠을 청했다.